[뉴 테크놀로지] 올 10월 세계신기록 도전하는 英 블러드하운드 SSC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어 학생들에 과학적 靈感 불어넣자”
英 350개 기업·대학, 프로젝트 참여
전투기·로켓 엔진 등 ‘심장’이 3개, 설계상 최고 시속은 1690㎞
서울서 부산까지 15분 걸리는 속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면 2시간 30분이 조금 넘게 걸린다. 하지만 자동차가 이 거리를 불과 15분에 달린다면 믿을 수 있을까. 올해 10월 역사상 가장 빠른 자동차 기록에 도전하는 ‘블러드하운드 SSC(Supersonic Car·초음속 자동차)’의 설계상 최고 시속은 1690㎞에 이른다. 권총 총알보다 빠른 속도다.
이 괴물 같은 자동차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말라붙은 호수 바닥에 설치된 트랙 ‘학스킨 팬(Hakskeen Pan)’에서 19㎞ 직선주로를 주파하는 도전에 나선다.
◇350개 기업·대학이 만들어내
현재 최고 기록은 1997년 미국 네바다 사막을 시속 1228㎞로 달린 영국의 ‘스러스트 SSC’가 갖고 있다. 이 기록에 도전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은 영국 정부였다. 2008년 영국 혁신대학기술부는 “시속 1000마일(1609㎞)로 달리는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정부는 “자동차는 공기역학, 물리학, 기계공학, 화학, 재료과학, 디자인 등 현대 기술과학의 총체”라며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과학적 영감을 불어넣겠다”고 선언했다. 억만장자 리처드 노블과 ‘스러스트 SSC’를 몰았던 전직 제트기 조종사 앤디 그린이 프로젝트 책임을 맡았다.
시속 1609㎞는 보잉 747의 최고 속도인 시속 893㎞의 두 배에 가깝고, 음속(音速)인 시속 1225㎞를 뛰어넘는 속도이다. 이 프로젝트는 영국 공군의 주도로, 350여개 기업과 대학이 힘을 합쳤다.
▲ 그래픽=송준영 기자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은 세 종류가 들어간다. 우선 초음속 전투기인 ‘유로파이터’에 사용되는 롤스로이스의 ‘EJ200′ 터보제트 엔진이 차량을 시속 483㎞까지 가속한다. 이어 로켓 제조사 나모에서 만든 로켓 엔진이 점화되면서 시속 1609㎞에 도달한다. 재규어의 5.0L 8기통 엔진은 로켓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20초 만에 로켓 연료를 태우는 산화제인 과산화수소 800L를 로켓 엔진에 밀어 넣을 수 있다. 세 가지 엔진이 내는 힘은 13만5000마리의 말이 끄는 것과 같다. 55초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609㎞에 도달한다.
◇1분당 1만번 이상 돌아가는 바퀴
영국 스완지대학 연구팀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고 빠른 속도에서도 차량을 조종할 수 있도록 동체를 설계했다. 앞의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에서 갈라진 공기는 동체를 타고 꼬리날개로 빠져나간다. 공기 저항이 거의 없기 때문에 주행 중에 차량이 뜨지 않고 지면에 붙어서 달릴 수 있다. 일반 비행기는 시속 241㎞면 이륙한다.
유일한 공기저항은 공기 흡입구 앞에서 일정하게 생긴다. 초음속으로 불어오는 공기가 한꺼번에 유입되면 엔진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찰열을 견디고 안정적으로 주행하기 위해 바퀴는 티타늄과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최고 속도에서 1분당 1만번 이상 돌아간다.
최고 속도에 도달한 직후 엔진을 끄면 바퀴의 회전이 조금씩 줄어든다. 이어 두 개의 낙하산을 펴고 시속 322㎞까지 속도를 줄인 뒤 디스크브레이크로 완전히 멈추게 한다. 블러드하운드 SSC의 운전자는 거의 누운 상태가 된다. 급격히 가속하면 피가 머리 쪽으로 쏠리고, 감속을 시작하면 피가 다리 쪽으로 쏠린다. 이때 운전자에게 가해지는 압력은 자기 몸무게의 3배인 3G에 이른다. 재규어가 설계한 운전석은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돼 있다. 블러드하운드 SSC는 500개의 센서를 달고 있다. 온도와 가속력, 구조적 변형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시스코가 개발한 시스템이 정밀 분석한다. 기록은 한 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달린 뒤 평균속도를 측정한다. 롤렉스가 만든 속도계와 시계를 이용한다. 롤렉스는 극심한 떨림과 온도 변화, 음속을 돌파할 때 나오는 소닉붐(음속폭음)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자체 동력을 갖춘 속도계와 시계를 만들어냈다.
기사 출처:조선일보, 글=박건형 기자, 그래픽- 송준영 기자